자녀의 전화 한 통이 ‘어르신 우울증’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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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노인 고독병’ 예방법
주 1회 전화가 월 1회 방문 효과… 얼굴보며 말하는 영상통화 도움
안부 물을 땐 반드시 건강 체크, 식사-복용 약 등 꼼꼼히 챙겨야

주 1회 정도 전화나 영상통화 등으로 부모와 꾸준히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을 털어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주 1회 정도 전화나 영상통화 등으로 부모와 꾸준히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을 털어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 설 연휴(11∼14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인해 예년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지나갔다. 많은 집에서 가족 모임을 갖지 못했다. 상당수 가족이 지난해 추석에 이어 다시 명절을 맞고도 부모님 등 어르신을 직접 뵙지 못하고 있다. 부모는 물론 자녀, 손자들의 아쉬운 마음과 걱정이 점점 커지는 이유다.

이럴 때 비대면 접촉을 자주 하는 것도 어르신들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 홍창형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조사 결과 어르신에게 주 1회 전화하는 것은 월 1회 방문과 비슷한 우울증 예방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특히 손주와 따로 사는 어르신은 주 1회 이상 손주와 통화하면, 그렇지 않은 어르신에 비해 3년 후 우울증 발생 위험이 23% 낮아졌다”고 말했다. 홍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코로나19 시대 비대면으로 부모님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휴대전화로 동영상 보내기

먼저 전화 및 영상통화와 함께 짧은 동영상을 촬영해 보내는 게 효과가 있다. 동영상은 보고 싶은 자녀와 손주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다. 가족들의 건강하고 화목한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장점이다. 다운로드해 보고 싶을 때마다 두고두고 볼 수도 있다.

대개 부모는 자녀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눈으로 봐야 마음이 편해진다. 또 영상메시지를 통해 누군가 와 있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녀 모두 1분씩만 투자해 어르신에게 안부 동영상을 보내 보자.

○무료 영상통화 방법 알려주기

부모님에게 무료 영상통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전화 목소리만 듣다가 영상으로 소통하다 보면 더욱 반갑고 감정 전달이 잘된다. 부모님 댁에 와이파이만 되면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동영상 회의 애플리케이션인 ‘줌’ 등을 이용해 무료 영상통화가 가능하지만 어르신들 중에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영상통화를 통해 자녀나 손주를 보고 싶지만 요금 부담이나 하는 방법을 몰라 선뜻 하지 못하는 부모를 위해 무료 영상통화 방법을 알려주자.

홍 교수는 “자녀나 손주는 부모님께 전화 드리는 것을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진료실이나 지역사회 노인정신건강센터에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 보면 전화나 영상통화가 어르신 건강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실감한다”고 말했다.

○전화 안부는 꼭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어르신들은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전화나 영상통화를 할 때 꼭 건강 관련 안부를 묻는 것이 좋다. 제때 고혈압약, 당뇨병약, 고지혈증약, 관절염약 등을 챙겨서 드시는지 확인해야 한다. 어느 병원에서 몇 개월에 한 번씩 약을 처방받는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은 잘 조절되고 있는지, 무릎이나 허리 통증은 없는지, 변비는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전화 통화 때는 묻고 답하는 형태로 통화하는 것이 좋다. 가령 단순하게 “어떻게 지내시냐”고 물어보면 “잘 지낸다”는 답변으로 통화를 마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주무시는지 △아침 점심 저녁 식사는 몇 시쯤 어떤 음식을 먹는지 △운동은 매일 몇 시쯤 어떤 운동을 어느 정도 하는지 △정기적인 병원 방문 횟수와 매일 복용하는 약은 몇 개인지 등을 확인하는 게 좋다.

특히 어르신들은 치매나 뇌중풍(뇌졸중) 전조증상이 있어도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제대로 말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전화통화를 할 때 더 꼼꼼히 챙기는 게 좋다. 홍 교수는 “호미로 막을 병을 가래로 막지 않으려면 부모님께 자주 전화를 해 일상생활 패턴의 변화가 생겼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며 “비대면으로 부모님 안부를 챙기면 다소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전화나 영상통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부모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언택트 시대#노인 고독병#예방#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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